그날은 가족 모두가 오래 기억하고 싶던 날이었다. 7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하늘은 맑았고, 바다는 눈이 시리게 푸르렀다. 딸아이는 조개껍질을 줍겠다고 해변을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녔고, 나는 그런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웃고 있었다.그러다 그만, 한순간이었다. 발끝에 파도가 찰랑 밀려오더니, 아이에게 손을 뻗는 찰나 내 손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져 모래사장을 튕겨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몇 초 만에 건져 올렸지만 이미 액정은 꺼졌고, 터치도 먹통이었다. 바닷물 특유의 염분은 전자기기의 적이라는 걸 그제서야 실감했다.더 큰 문제는, 그 안에 담긴 수백 장의 사진과 영상들. 그 어느 것도 백업을 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 📱A/S센터의 말 한마디, “복구는..

“그 사진… 다시 볼 수 없을까?”손가락이 멈칫했다.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 하나.“파일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언제나처럼 바쁘게 지나가던 어느 평범한 오후. 정리도 안 된 폴더 사이를 둘러보다 문득 떠오른 친구의 얼굴. 몇 해 전, 생일날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찾기 위해 PC 카카오톡을 열었다.하지만 그 순간… 메시지 옆에 붉은색 글씨가 떠올랐다.“만료된 파일입니다. 다운로드할 수 없습니다.” 💡 그저 지나간 파일 하나일 뿐일까?아니었다.그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유일한 추억이었다. 그 사진 하나에 담긴 웃음과 온기를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우리는 너무 쉽게 '디지털'에 의존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