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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나의 전부였던 회사. 그러나 그 끝은 아름답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 그리고 뒤따라온 냉혹한 현실은 바로 밀린 급여였다. 처음에는 '회사 사정이 어렵겠지, 곧 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기다렸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급여는 들어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담당자에게 카카오톡을 보낼 때마다, 나의 마음은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가라앉았다.

"부장님, 급여는 언제쯤 지급될까요?"

"아, 네… 팀장님하고 이야기 나눠서 이번 주까지는 처리될 수 있게 해 볼게요."

수없이 반복된 약속.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처음에는 '그래,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라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의 분노는 조용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돈 문제로 시작된 감정은 이제 단순히 '급여'를 넘어,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분노로 번져 나갔다.

"저도 먹고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약속만 계속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니, 지금 우리 사정 모르세요? 저희가 안 주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몰아붙이시면 저희도 힘듭니다."

마지막 대화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는 '배신감', '억울함', '분노'가 뒤섞여 있었고, 그들의 답장에는 '피해의식', '힘듦'이라는 단어가 뒤따랐다. 결국 이 대화는 더 이상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퇴사 후, 그 감정의 앙금이 담긴 대화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는 충동적으로 대화방을 삭제했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이 지긋지긋한 감정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뒤, 고용노동부 신고를 준비하며 깨달았다. 내가 삭제해 버린 그 대화 내용들이 바로 유일한 증거였다는 것을. 급여 지급을 약속했던 내용, 월급 명세서 사진, 그리고 감정 싸움 속에서 드러났던 그들의 태도까지 모두 중요한 증거였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은 초조함과 후회로 가득 찼다. 내가 내 손으로 내게 필요한 증거를 없애버린 것이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와의 만남: '사실관계'를 찾아가는 여정

절망적인 심정으로 **'카카오톡 복구'**를 검색하던 중, 한 디지털 포렌식 전문 업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의 전문가는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님께서 저에게 포렌식 작업을 의뢰하셨기 때문에 저는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동원하여 사실관계에 근거한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감정 싸움이나 개인적인 서운함은 저희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저희는 오직 디지털 데이터에 남아 있는 '사실'만을 추적합니다."

그의 말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필요로 했던 것은 그들과의 감정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기반으로 한 정당한 나의 권리를 찾는 것이었다. 전문가는 나의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기술과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설명을 통해 카카오톡 복구 과정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 알 수 있었다.

  1. 물리적 덤프 (Physical Dump): 먼저 나의 스마트폰 내부 저장소 전체를 1:1로 복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마치 내 스마트폰의 '디지털 지문'을 뜨는 것과 같았다. 이 과정에서 삭제된 데이터가 있는 공간까지도 빠짐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2. 데이터 조각 모음 및 분석: 덤프된 데이터는 해독이 불가능한 바이너리(Binary) 형태의 데이터 조각들이었다. 전문가는 이 데이터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조합하고 분석했다. 마치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조각들을 모아 사건의 진실을 재구성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파일 시스템 분석을 통해 카카오톡 데이터베이스 파일(.db)이 저장되었던 흔적을 찾아냈다.
  3. 삭제 데이터 재구성: 가장 놀라웠던 것은 삭제된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삭제되었다'는 표식만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전문가는 이 표식을 무시하고, 그 자리에 남아있던 데이터 조각들을 재구성했다. 이 과정은 마치 오래된 필름을 현상하는 것과 같았다.

며칠간의 기다림은 지옥 같았다. '만약 복구가 안 되면 어떡하지?', '결국 다 내 탓인가?'하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내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그들의 기술을 온전히 신뢰하기로 했다.

 


복구된 증거, 그리고 감정의 해방

드디어 전문가로부터 연락이 왔다. 복구된 데이터가 담긴 USB를 건네받았을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열었다. 삭제되었던 담당자와의 대화 내용이 온전히 복원되어 있었다. 그들의 무책임한 약속, 감정적으로 주고받았던 텍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월급 명세서 사진'**까지 모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복구된 대화방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울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노나 후회가 아니었다. 잃어버렸던 증거를 되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복구된 데이터가 나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나는 이 증거 자료를 가지고 고용노동부에 제출했고, 이는 강력한 증거가 되어 밀린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분노와 감정이 앞설 때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디지털 포렌식은 단순히 기술적인 복구 작업을 넘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었던 나에게 **'사실관계'**라는 나침반을 되찾아준 셈이었다. 나의 억울함은 이제 증거라는 방패를 얻었고, 나는 그제야 비로소 감정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중요한 데이터를 잃어버리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는 건 어떨까? 기술은 때로는 우리를 억누르는 감정의 짐을 덜어주고, 진실을 향한 길을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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