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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왜 지금 '텔레그램 포렌식'이 중요한가?
텔레그램(Telegram)은 강력한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기능으로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E2EE)를 적용한 '비밀 대화' 기능은 서버조차 대화 내용을 알 수 없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높은 신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보안성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범죄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이버 범죄, 마약 거래, 금융 사기 등의 소통 창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수사 기관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에게 '텔레그램에서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사건과 관련하여 고객님이 저에게 포렌식 작업을 의뢰 하셨기 때문에 저는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동원하여 사실관계에 근거한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텔레그램 포렌식의 기술적 원리와 구체적인 분석 방법을 PC와 모바일 환경으로 나누어 심도 있게 다루겠습니다. 단순한 개념 설명을 넘어, 실제 분석 과정에서 마주치는 핵심 아티팩트(Artifacts)와 데이터 구조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1. 텔레그램 포렌식의 핵심 난관: 암호화와 데이터 저장 방식
텔레그램 포렌식이 다른 메신저 앱에 비해 까다로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중 암호화 구조:
- 클라우드 대화 (일반 대화): 서버-클라이언트 암호화(Server-Client Encryption)를 사용합니다. 데이터는 텔레그램 서버에 암호화되어 저장되며, 여러 기기에서 동기화됩니다. 서버 압수수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분산되어 있어 법적, 물리적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 비밀 대화 (Secret Chat): 종단간 암호화(E2EE)를 사용합니다. 메시지는 발신자의 기기에서 암호화되어 수신자의 기기에서만 복호화할 수 있습니다. 서버는 암호화된 데이터 덩어리를 전달하는 역할만 할 뿐, 내용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비밀 대화의 유일한 증거는 참여자의 기기(Client-side)에만 존재합니다.
- 데이터 저장 위치의 파편화: PC, 웹, 모바일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지원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캐싱합니다.
따라서 현대 텔레그램 포렌식의 핵심은 서버가 아닌, 용의자가 사용한 '클라이언트 기기'에서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 있습니다.
2. PC 텔레그램 포렌식: 가장 많은 정보가 숨겨진 곳
데스크톱 버전 텔레그램(Tdesktop)은 모바일 버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석이 용이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로컬 PC에 저장될 수 있어 포렌식 분석의 주요 타겟이 됩니다.
2.1. 핵심 데이터 폴더: tdata
Windows 기준, 텔레그램의 모든 사용자 데이터는 다음 경로에 위치한 tdata 폴더에 저장됩니다.
C:\Users\<Username>\AppData\Roaming\Telegram Desktop\tdata
이 폴더를 확보하는 것이 PC 텔레그램 포렌식의 첫걸음입니다. tdata 폴더 안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파일과 폴더가 존재합니다.
- user_data 폴더: 사용자 계정 정보, 연락처, 대화 목록 등 핵심적인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파일들이 위치합니다. 이 파일들은 보통 암호화된 Key-Value 형태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 D877F783D5D3EF8C 와 같은 16진수 이름의 폴더: 실제 사용자 계정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인 폴더입니다. 이름은 계정마다 다릅니다. 이 안에는 map* 파일과 f* 파일들이 존재합니다.
- map0, map1: 채팅방, 채널, 사용자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고 있는 핵심 데이터 파일입니다.
- f_...: 캐시된 미디어 파일(사진, 동영상 등)의 썸네일이나 작은 파일들이 저장될 수 있습니다.
- cache 파일들 (예: cache.db): SQLite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미디어 캐시, 스티커 정보 등이 저장될 수 있습니다. 포렌식 도구로 열어보면 유의미한 정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2. 로컬 암호화와 복호화
tdata 폴더의 데이터는 텔레그램 계정 로그인 정보와 연동된 키로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용자가 '로컬 암호(Local Passcode)'를 추가로 설정했다면, 데이터는 한 번 더 암호화됩니다.
- 로컬 암호가 없는 경우: 사용자의 PC가 잠금 해제된 상태에서 tdata 폴더를 통째로 이미징하여 포렌식 도구로 분석하면 상당수 데이터(대화 내용, 연락처 등)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 로컬 암호가 있는 경우: 데이터 파일은 사용자가 설정한 암호를 기반으로 생성된 키로 암호화됩니다. 이 암호를 모르면 데이터 분석이 극도로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패스워드 크랙킹(Brute-force, Dictionary attack) 기법을 시도해야 합니다. 로컬 암호의 해시(Hash) 값은 tdata 폴더 내 특정 파일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2.3. 분석 절차
- 증거 수집 (Acquisition): PC 전원이 켜진 상태라면 Live-Acquisition을 통해 tdata 폴더를 즉시 확보합니다. 전원이 꺼진 상태라면 디스크 전체를 이미징합니다.
- 데이터 식별 (Identification): tdata 폴더 내의 주요 파일(map* 등)과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식별합니다.
- 복호화 (Decryption): 로컬 암호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암호 크랙을 시도합니다.
- 데이터 파싱 및 분석 (Parsing & Analysis): Magnet AXIOM, Belkasoft Evidence Center, Autopsy와 같은 전문 포렌식 도구를 사용하여 tdata 폴더를 분석합니다. 이 도구들은 텔레그램의 데이터 구조를 해석하여 대화 내용, 사용자 정보, 통화 기록, 파일 전송 내역 등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줍니다.
- 아티팩트 분석: Windows 레지스트리, 프리페치(Prefetch) 파일 등을 분석하여 텔레그램 실행 기록, 사용자 계정 정보 등의 부가적인 증거를 확보합니다.
3. 모바일 텔레그램 포렌식: 더욱 높은 난이도
모바일 환경(Android, iOS)은 PC보다 보안 수준이 높고 파일 시스템 접근이 어려워 포렌식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3.1. 데이터 저장 경로
- Android: 루팅(Rooting)이 된 기기라면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주로 다음 경로에 저장됩니다.이 경로 안에 cache.db, user_data.db 등의 SQLite 데이터베이스 파일과 암호화된 채팅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
/data/data/org.telegram.messenger/
- iOS: 탈옥(Jailbreak)되지 않은 기기는 파일 시스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탈옥된 기기의 경우 다음 경로에서 데이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iOS의 경우, 중요한 인증 정보나 암호화 키가 키체인(Keychain)에 저장되므로, 키체인 덤프 및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
/private/var/mobile/Containers/Data/Application/<APP_ID>/
3.2. 모바일 포렌식의 핵심: 획득 방식
- 논리적 획득 (Logical Acquisition): 기기의 잠금이 해제된 상태에서 백업 기능을 통해 데이터를 얻는 방식입니다. 제한적인 데이터만 얻을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접근법입니다.
- 파일 시스템 획득 (File System Acquisition): 안드로이드 루팅이나 iOS 탈옥을 통해 앱 데이터 폴더 전체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물리적 획득 (Physical Acquisition): 메모리 칩을 직접 떼어내 데이터를 덤프하는 Chip-off 방식이나, JTAG, ISP 등의 고급 기법을 사용합니다. 기기의 모든 데이터를 bit-by-bit로 복사하므로 가장 완벽한 방법이지만, 고도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3.3. 분석 절차
- 최적의 획득 방법 선택: 기기 상태(잠금 여부, OS 버전 등)에 따라 논리적, 파일 시스템, 물리적 획득 중 최적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 데이터베이스 파일 분석: cache.db와 같은 SQLite 파일에서 사용자 ID, 대화방 ID, 캐시된 메시지, 연락처 정보 등을 추출합니다. 채팅 메시지가 담긴 핵심 데이터베이스는 매우 복잡한 형태로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 암호화 키 탐색: 메시지 데이터베이스를 복호화하기 위한 키는 기기 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예: Android의 Keystore, iOS의 Keychain). 이 키를 획득하는 것이 모바일 포렌식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 전문 도구 활용: Cellebrite UFED, MSAB XRY와 같은 모바일 포렌식 전문 도구는 텔레그램 앱 데이터의 자동 파싱 및 복호화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알려진 암호화 방식을 우회하거나 복호화 키를 자동으로 찾아 분석 결과를 제공합니다.
4. 비밀 대화와 삭제된 메시지: 극복해야 할 과제
- 비밀 대화 포렌식: 비밀 대화는 E2EE로 보호되고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므로, 기기에서 삭제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포렌식의 유일한 기회는 메시지가 삭제되기 전에 기기를 확보하여 분석하는 것뿐입니다.
- 삭제된 메시지 복구: 일반 클라우드 대화의 경우, 메시지를 삭제하면 서버와 클라이언트에서 모두 삭제 명령이 실행됩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파일 시스템의 특성상, 삭제된 데이터 영역이 새로운 데이터로 덮어쓰기(Overwrite)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슬랙 스페이스(Slack Space)' 또는 '할당되지 않은 공간(Unallocated Space)' 분석이라 하며, 정교한 포렌식 도구를 통해 삭제된 메시지 조각을 복구(Carving)할 가능성이 일부 존재합니다.
결론: 텔레그램은 '추적 불가능'이 아니다
흔히 텔레그램은 절대 추적이 불가능한 '사이버 망명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서버를 통한 추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모든 디지털 행위는 결국 사용자의 기기에 흔적(Artifacts)을 남깁니다.
텔레그램 포렌식은 암호화와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숙련된 포렌식 전문가는 tdata 폴더, SQLite 데이터베이스, 암호화 키 저장소, 메모리 덤프 등 클라이언트에 남겨진 미세한 흔적들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암호화된 대화의 장막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범죄자들이 숨을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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